교회의 뿌리가 된 신앙의 터전

이천 지역의 천주교는 이기양의 아들 이총억이 이존창과 함께 권철신의 문하생에 들면서 시작되었습니다. 1779년 겨울, 천진암 주어사에서 권철신의 제자들과 함께 강학회를 여는데 이총억이 참석하였습니다. 이기양은 이익의 제자이자 초기 천주교 신자였던 권철신 암브로시오와도 친밀한 사이였는데, 45세 무렵인 1788년부터는 외가가 있던 이건 단내에 와서 살았습니다.

신앙의 불씨를 지킨 사람들

이기양의 외사촌이며 정은의 사촌 형인 정석은 1785년 명례방(지금의 명동) 사건이 일어나
신자들이 체포된 후 동료와 함께 형조를 찾아가 성서와 교회 서적을 돌려달라고 항의했던 분으로 유명합니다. 이후 정섭은 성 윤유일(바오로) 등과 교류했고, 1801년 신유박해 때 체포되어 광양으로 유배되었습니다. 그 종형 정옥 또한 이 박해로 체포되어 서울로 압송되었다가 풀려났으나, 매를 심하게 맞은 탓에 집으로 돌아오던 중 길에서 사망했다고 합니다.

단내, 신앙의 길을 이어온 교우촌

단내는 한국 천주교회의 창건기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끈질기게 신앙으로 고수해 온 참으로 유서 깊은 교우촌입니다. 한국교회 창건기의 교우촌을 찾아가 보면, 초기 신자들의 후손은 대부분 배교하고, 그 마을은 신자 한 사람 없는 외교인촌으로 변해 있습니다. 그러나 단내는 그렇지 않고 오늘날까지도 면면하게 신안을 이어 오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도 단내는 한국 천주교회사상 한 표본적인 구 교우촌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