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남이관 세바스티아노(Sebastianus)는 양반집에 태어났는데 그의 부모는 1800년경에 입교하였습니다. 어머니는 젊어서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 남필용은 1801년에 고발되어 옥에 갇혔다가 유배지인 강진에서 별세하였습니다. 당시 20세가량이던 세바스티아누스는 경상도 단성 땅으로 귀양을 가서 그곳의 어느 처녀와 결혼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아직 세례성사도 받지 아니하였고, 천주교에 대하여 아는 것이라고는 매일 저녁 거르지 않고 외우는 주님의 기도와 성모송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는 자녀를 낳기 위하여 첩까지 얻었으나 그것이 중죄라는 것은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40세에 이르러 병을 앓던 중 어떤 신자의 이야기를 듣고 첩을 멀리하고 성세를 받은 후로는 신자 다운 생활을 하였습니다. 이처럼 교리를 알고 회개한 그는 지난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며 허송세월한 것을 회복하려고 애쓰니, 그는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의주까지 가서 유방제(劉方濟, 파치피코) 신부를 모셔 들여온 다음, 유 신부의 심부름으로 북경에 편지를 쓰기도 하면서 신부 댁을 관리하는 일을 맡아 보았습니다. 

  기해년의 박해가 일어나자 세바스티아노는 서울을 떠나 경기도 이천 고을에 몸을 숨겼으나 어떤 신자가 포청과 내통하여 붙잡혀 서울로 압송되었습니다. 포장은 주리를 틀게 하며 세바스티아노에게 배교하라고 명령하였으나 그의 신앙은 확고부동하였습니다. 이튿날 의금부에 이송되어 문초를 세 번 당하는 동안 다리에 곤장을 수없이 맞았고 참수의 선고를 받았습니다. 남 세바스티아누스는 형장으로 끌려가기 전에 여자 옥의 옥리를 불러 자기와 같이 붙잡혀 아직 옥에 남아 고생하고 있는 아내에게 “우리는 같은 날 죽기로 언약했는데 천주께서 달리 안배하시니 적어도 둘이 다 같은 일을 위하여 죽도록 하자. 천당에서 기다리고 있겠다.”는 말을 일러 보냈습니다. 그 후 세바스티아노는 1839년 9월 26일 서소문 밖에서 참수당하여 순교하니 그의 나이는 60세였습니다. 그는 1925년 7월 5일 교황 비오 11세(Pius XI)에 의해 시복되었고, 1984년 5월 6일 한국 천주교회 창설 200주년을 기해 방한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Joannes Paulus II)에 의해 시성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