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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천주교 주교단 성명서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제2211448호)의

입법 추진을 강력히 반대한다.

 

한국 천주교 주교단은 2019년 헌법 재판소의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 이후, 낙태 찬반이 야기한 분열과 갈등에 깊이 우려하고 있습니다. 헌법 재판소 판결 이후, 법률적 공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최근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국회에 대표 발의한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제2211448호)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아래와 같이 우리의 견해를 천명하고자 합니다. 

 

1. 법안은 기존의 ‘인공 임신 중절 수술’을 ‘인공 임신 중지’로 변경하여 낙태 행위를 더욱 중립적 용어로 재정의하려 하고 있습니다. ‘중절’ 대신 ‘중지’라는 중립적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생명의 본질을 모호하게 만들고, 생명 가치를 희석하여 낙태 행위에 대한 윤리적 인식을 흐리게 합니다. 이는 언어의 수사적 전환을 통하여 낙태 행위를 생명을 ‘종결하는 선택’이 아닌 ‘치료적 결정’으로 인식하게 만들며, 생명을 제거하는 중대한 행위를 일상적 의료 행위로 전락시키는 위험한 문화적 전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2. 법안대로 낙태를 수술뿐 아니라 약물적 방법까지 포괄하여 모든 방식의 낙태를 제도화한다면, 실제 낙태 건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여성의 신체적 심리적 건강을 보호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이 행위에 대해서 건강 보험 급여를 적용함으로써, 국가가 공적 재정을 통하여 낙태 시술을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하려는 시도입니다. 이는 생명권에 대한 국가의 보호 의무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조치로서, 낙태를 단순한 의료적 선택으로 통념화하고, 결국 생명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기준을 무너뜨릴 우려가 매우 큽니다.

 

3. 법안은 헌법 제10조가 명시한 인간으로서 가지는 존엄과 생명의 권리, 그리고 국가의 보호 의무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태아는 생명의 주체이며, 그 생명권은 임신 단계와 무관하게 보호받아야 합니다. 헌법 재판소가 2019년 4월 11일 형법상 낙태죄에 대하여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취지도,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 결정권 간의 입법적 균형과 조화를 요구한 것이지, 생명 보호의 책임을 사실상 국가가 포기하라는 의미가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이 개정안은 여성의 건강권과 자기 결정권을 보장한다는 명분으로, 낙태를 정상적 의료 서비스로 제도화하고, 공적 자금을 동원하여 낙태를 지원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는 생명 보호라는 헌법적 가치에 정면으로 위배되며, 태아 생명을 도외시하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4. 여성의 자기 결정권은 존중받아야 마땅하지만, 그 권리가 태아의 생명권보다 우위에 놓일 수는 없습니다. 교회는 어떤 경우에도 낙태를 정당화할 수 없으며, 생명은 임신 단계에 따라 보호 수준이 달라질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힙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2270항 참조). 또한 한국 사회가 여성이 자유롭게 낙태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보다, 여성이 가정과 사회와 국가의 지원 속에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출산권을 보장할 것을 촉구합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단은 국가 권력이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권리를 동시에 존중하고 보호하는 법과 제도를 마련해 줄 것을 간곡히 당부합니다. 그러한 법과 제도는 무엇보다도 임신과 출산이 여성에게 무거운 짐이 되지 않게 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태아와 여성을 서로 대립되는 존재로 보지 않고, 양자의 권리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며, 이것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참된 공동선을 향하여 걸어가야 할 길입니다. 한 생명을 지키는 일은 곧 우리 공동체 전체의 존엄을 지키는 일입니다. 생명은 단순히 개인의 선택에 맡겨질 사안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허락하신 거룩한 선물이기에, 우리가 모두 함께 지키고 보호해야 할 공동의 책임입니다.

다시 한번 한국 천주교 주교단은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제2211448호)에 대하여 깊은 유감을 표하며, 이 안의 입법 추진을 강력히 반대합니다. 저출산 시대에 여성이 안심하고 임신하고 출산할 수 있는 정책과 입법 활동, 낙태의 위험성과 부작용에 대한 다양한 상담 지원, 환자와 의사의 양심적인 낙태 거부 권리의 인정, 사회 문화를 개선하는 활동, 사회 복지의 지원 활동 등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앞으로 가톨릭 교회는 생명의 지킴이로서, 생명을 위한 기도와 교육, 실천과 정책 참여를 끊임없이 이어 나갈 것이며, 모든 인간 생명이 존중받고 보호받는 사회를 이루기 위하여 끝까지 노력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태중의 생명들, 임신 중인 여성들과 생명을 지키고자 헌신하는 모든 이에게 풍성한 은총과 축복, 지혜와 용기를 자비로이 내려 주시기를 진심으로 기도드립니다. 

 

2025년 7월 23일 

한국 천주교 주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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